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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편식 심한 아이, 재미있는 식사 교육법

by hi-ddeoan 2025. 5. 2.

편식은 고쳐야 할 ‘버릇’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신호’다.

아이에게 식사 시간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다. 낯선 재료, 새로운 맛, 익숙하지 않은 식감과의 만남은 아이에게 때때로 부담과 긴장이 된다. 특히 2~5세 시기의 아이들은 미각이 매우 예민하고, 자기 의사를 ‘거부’로 표현하며 자율성을 확인하려는 시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음식을 앞에 두고 “싫어”, “안 먹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의 편식은 큰 걱정거리다. “야채는 절대 안 먹어요”, “고기만 먹고 밥은 거들떠보질 않아요”, “새로운 건 보자마자 울어요”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스트레스도 커진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편식을 ‘버릇’이나 ‘반항’으로 해석하지 말고, 아이의 입장에서 그 이유를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다. 아이의 편식에는 이유가 있다. 특정 음식의 질감이 불편하거나, 씹는 과정이 어렵거나, 이전에 먹었던 경험이 부정적으로 기억에 남아 있을 수 있다. 또는 부모가 강압적으로 먹이려 한 경험 때문에 식사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형성되었을 수도 있다. 이 모든 상황은 '고쳐야 할 행동' 이전에 '이해하고 도와야 할 감정'이다. 결국 편식은 ‘음식’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관계와 경험’에 대한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아이의 편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음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대하는 방식과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재미’에서 시작된다.

 

편식 심한 아이, 재미있는 식사 교육법

 

식탁을 놀이터처럼! 재미있는 식사 교육이 효과적인 이유

재미는 아이의 모든 학습의 기본이다. 어떤 아이도 “건강에 좋아서”라는 이유만으로 브로콜리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그 브로콜리가 웃고 있거나, 고양이 모양으로 잘려 있거나, 자신의 접시에 직접 올려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재미’는 아이가 경계심을 내려놓고 식사를 받아들이는 강력한 연결 고리가 된다. 재미있는 식사 교육은 단순히 음식을 예쁘게 꾸미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식재료와 상호작용하고, 먹는 과정을 스스로 탐색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전반적인 ‘놀이 기반 식습관 교육’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활동은 매우 효과적이다.

 

  • 컬러푸드 게임: “오늘은 무지개색 중 빨간 음식을 먹어볼까?” 하고 빨강(토마토), 노랑(파프리카), 초록(오이)을 찾게 한다.
  • 요리사 놀이: 아이가 직접 김밥 재료를 놓거나, 토스트 위에 치즈를 올리는 역할을 맡기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
  • 식재료 스토리 만들기: 당근을 ‘땅속에서 온 힘센 친구’, 브로콜리를 ‘초록색 나무 요정’으로 소개하면 흥미가 커진다.

이처럼 아이가 직접 선택하고, 관찰하고, 이름 붙이는 과정을 통해 음식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연구에서도 아이가 식사 전에 식재료를 만지고, 냄새 맡고, 간단한 요리 과정에 참여하면 편식이 줄어들고 식사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결과가 많다. 또한 식탁 위에서 웃고 떠드는 분위기 자체가 아이에게 ‘음식은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준다. 이것은 곧 편식을 극복하는 가장 자연스럽고 지속 가능한 길이다.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식사 교육법 5가지

  1. 캐릭터 플레이팅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나 만화 캐릭터를 모양 틀로 찍거나, 과일과 채소를 이용해 얼굴을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밥 위에 김으로 눈을 붙이고 당근으로 입을 만들면 단순한 반찬도 새로운 존재로 변신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이건 뭐야?”, “이건 눈이야?” 같은 질문을 하며 자연스럽게 식재료를 받아들이게 된다.
  2. 색깔별 음식 미션
    하루에 하나의 색깔을 정하고, 그 색에 해당하는 음식을 먹는 게임이다. 예를 들어 초록색 날에는 브로콜리, 오이, 키위를 먹어보는 식이다. “오늘은 초록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초록 음식을 먹어야 해!”처럼 상황극을 곁들이면 흥미가 배가된다.
  3. 미각 탐험 놀이
    눈을 감고 음식을 하나씩 먹어보게 하면서 “이건 부드러워?”, “달콤해?”, “시큼해?” 같은 질문을 던지는 방법이다. 아이는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음식을 평가하게 되고, ‘먹기 싫다’는 거부감보다 ‘이건 뭐지?’라는 호기심이 앞서게 된다.
  4. 식사 도장판 만들기
    먹은 음식마다 도장을 찍거나 스티커를 붙여주는 놀이형 기록지다. 도장 개수에 따라 작은 보상을 줄 수 있지만, 보상의 초점은 ‘성취’보다 ‘참여’에 둬야 한다. “오늘도 도전했네! 멋지다!”라는 말 한마디가 더 큰 동기 부여가 된다.
  5. 함께 장보기와 요리
    마트에서 식재료를 함께 고르거나, 주방에서 식사를 함께 준비하는 시간은 아이에게 음식에 대한 친밀감과 자율성을 키워주는 최고의 교육 시간이다. “이건 네가 고른 고구마야”, “네가 볶은 브로콜리야”라고 말해주면, 자기가 만든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다.

이러한 놀이 기반 식사 교육은 부모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아이의 자율성과 호기심을 자극해 편식을 ‘놀이로 풀 수 있는 문제’로 바꿔주는 유용한 전략이 된다.

 

식사 교육은 경쟁이 아니라, 함께하는 성장 과정

식사 교육은 다른 아이와 비교하거나 결과만을 중시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다른 애들은 잘 먹는데 왜 너만 이래”라는 말은 아이에게 수치심을 주고, 식사 시간 자체를 거부하게 만드는 나쁜 표현 중 하나다. 편식은 고쳐야 할 결점이 아니라, 함께 조율해야 할 성장의 한 부분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아이가 먹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화를 내기보다 “오늘은 맛이 안 느껴졌구나”, “다음에 다시 해보자” 같은 여유 있는 태도와 반응이 아이의 긴장을 풀어준다. 무엇보다 아이가 음식을 스스로 선택하고, 식탁 위에서 존중받는 느낌을 받을 때 식사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 된다. 식사 시간은 단순한 영양 섭취의 시간이 아니라 정서 교류, 자율성 학습, 감각 훈련, 가족 관계 형성까지 포함된 복합적 성장 공간이다. 이 시간을 ‘훈육’이 아닌 ‘놀이’로 만들어주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의 평생 식습관을 좌우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일관성’이다. 아이는 변화를 싫어하고, 처음에는 음식에 대한 반응이 없거나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10번 이상 반복 노출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식재료에 대한 수용 가능성이 열리며, 이 과정을 통해 ‘먹는 즐거움’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