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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퇴근 후 아이와 보내는 1시간, 어떻게 써야 할까?

by hi-ddeoan 2025. 5. 16.

퇴근 후 1시간, 하루 중 가장 짧고도 중요한 시간

일과 육아를 동시에 병행하는 부모에게 퇴근 후 1시간은 가장 짧지만, 동시에 가장 밀도 높게 흘러가는 시간이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업무에 쫓기고, 체력과 감정 모두 고갈된 상태로 집에 돌아왔을 때, 눈을 반짝이며 달려오는 아이를 마주하는 순간은 그 자체로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반가움과 피로가 동시에 밀려오고, "지금은 쉬고 싶지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겹치며 감정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짧은 1시간은 아이 입장에서는 하루 중 엄마 혹은 아빠와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시간이며, 부모의 태도와 반응을 통해 사랑과 안정감을 확인받는 결정적인 타이밍이다. 아이는 부모의 하루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엄마가 나와 함께 있어 주는지’, ‘내 말을 들어주는지’, ‘오늘 기분이 어떤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반응한다. 그래서 퇴근 후 1시간은 부모가 아이의 하루를 이해하고 감정을 채워줄 수 있는 심리적 재결합의 시간이며,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 품질의 문제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아이의 하루가 달라지고, 나의 퇴근 후 감정도 달라진다.

 

퇴근 후 아이와 보내는 1시간, 어떻게 써야 할까?

 

감정 먼저 연결하고, 일정은 그다음에 정리하자

많은 부모가 퇴근 후 해야 할 집안일과 업무, 식사 준비로 인해 아이와의 시간을 미루거나 압축하려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처음 5분의 연결’이다. 아이는 부모가 집에 돌아왔을 때 처음 보이는 표정과 말투를 통해 오늘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감정도 조절된다. "오늘 기분이 어때?"라고 아이에게 묻기 전에, 부모 스스로 먼저 따뜻한 눈빛으로 “엄마 왔어.”, “오늘 너 보고 싶었어” 같은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정서적 연결의 시작점이 된다. 아이는 이 짧은 반응을 통해 ‘나는 중요한 존재야’라는 감정적 확신을 얻게 되고, 부모와 다시 안정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간단한 포옹이나 손잡기, 눈 마주치기만으로도 아이는 깊은 감정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자주 짜증을 내거나, 반응이 예민해지는 이유는 부모가 집에 있어도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다’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근 직후 5분만큼은 핸드폰을 멀리 두고, 눈을 맞추고, 아이의 말에 반응해 주는 것이 아이에게는 하루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회복의 신호가 된다. 그다음에야 비로소 저녁 준비, 일정 확인 등 현실적인 루틴으로 넘어갈 수 있다. 감정적 연결 없이 바로 실무에 들어가면, 아이는 서운함을 감정으로 표현하게 되고, 부모는 그 감정에 다시 지쳐버리게 된다.

 

루틴을 정하되, 유연함을 섞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퇴근 후 1시간이 매일 다르게 흘러가는 이유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 때문이다. 아이의 컨디션, 부모의 체력, 그날의 업무 강도에 따라 같은 패턴이 유지되기 어렵다. 그래서 완벽한 계획보다는 기본 루틴 속에 여지를 남기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아이와 15분 동안만 바닥에서 뒹굴며 놀아주는 시간을 먼저 확보한다면, 아이는 그 시간 안에 정서적 안정감을 얻고, 이후에는 더 쉽게 독립적인 놀이나 식사 준비 시간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놀이의 내용’이 아니라 ‘함께하는 태도’다. 스마트폰을 보며 대충 상대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짧더라도 온전히 몰입해 주는 시간이 아이에게는 훨씬 깊은 만족감을 준다. 놀이 대신 함께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도 좋다. 만약 아이가 피곤하거나, 부모의 체력이 낮은 날이라면 ‘소파에서 포근히 안고 그림책을 읽는 시간’처럼 정적인 루틴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은 무엇을 하든지 감정이 연결되는 방식으로 루틴을 꾸리는 것이다. 아이와의 시간은 단순한 활동 중심이 아니라 정서 중심의 반응과 공감으로 채워질 때 그 효과가 가장 크다. 특히 매일 반복되는 루틴은 아이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 주고, 안정감을 높이는 중요한 정서 교육의 수단이 된다.

 

퇴근 후의 시간은 아이와 부모 모두의 회복을 위한 시간이다.

퇴근 후 아이와 보내는 1시간은 단지 아이를 위한 시간이 아니다. 이 시간은 부모에게도 회복과 안정의 시간이 될 수 있다. 하루 종일 사회적 관계에 시달린 부모는 아이와의 순수한 교감을 통해 다시 감정을 정리하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 아이의 웃음소리, 말 한마디, 장난기 가득한 행동은 부모의 지친 감정을 회복시키는 가장 강력한 치유 요소다. 단, 이 시간의 감정 회복이 이루어지려면 부모 자신도 ‘지금은 나의 회복 시간’이라는 인식을 품고 있어야 한다. "내가 또 뭘 해줘야 하지?"라는 의무감이 아니라, "이 시간은 나도 다시 충전할 기회야"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아이와의 1시간은 상호 회복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저녁 식사나 목욕, 잠자기 준비 등 일과적 루틴도 이 정서 흐름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아이의 감정 조절력도 좋아지고, 부모의 피로도 훨씬 덜하게 된다. 퇴근 후 시간은 효율적으로 쓰는 것보다, 감정을 따뜻하게 주고받는 방향으로 쓰는 것이 훨씬 더 깊은 만족감과 연결감을 남긴다. 결국 하루 중 단 한 시간이 아이에게 부모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 믿음은 아이의 정서, 자존감, 안정감의 뿌리가 되어 앞으로의 관계에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