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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배변 훈련 퇴행, 다시 시작할 때 부모가 알아야 할 것들

by hi-ddeoan 2025. 5. 20.

퇴행은 실패가 아니라 ‘몸과 마음의 재정비 시간’이다.

기저귀를 떼고 한동안 잘 배변하던 아이가 갑자기 실수를 반복하거나, 기저귀를 다시 찾기 시작하면 부모는 당황한다. “이제 다 된 줄 알았는데 왜 다시 이러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같은 불안이 밀려오고, 어떤 부모는 아이가 퇴행했다는 사실에 실망하거나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배변 훈련에서의 퇴행은 매우 흔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발달 전문가들도 대부분의 아이가 배변 자립 과정에서 한 번 이상의 후퇴를 경험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실패나 문제의 징후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다시 조율되는 전환의 시기라는 점이다. 아이는 아직 자기 신체 신호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낯선 자극이나 스트레스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감정 기복, 수면 변화, 환경의 변화, 가족 내 갈등 등도 아이의 배변 감각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부모가 퇴행을 ‘일시적인 리듬의 흔들림’으로 받아들이고 여유를 유지할 때, 아이는 다시 자신의 리듬을 되찾는 힘을 기르게 된다. 배변 훈련은 직선형이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는 파도 같은 흐름이기 때문에, 지금의 퇴행은 다음 성장을 위한 정서적 준비 단계일 수 있다.

 

배변 훈련 퇴행, 다시 시작할 때 부모가 알아야 할 것들

 

퇴행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감정과 환경을 함께 살펴야 한다.

배변 훈련 퇴행은 단지 육체적인 훈련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퇴행이 일어나는 시기에는 아이의 정서와 환경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훈련 당시의 분위기가 너무 조급하거나 강압적이었는지, 혹은 최근 아이가 경험한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는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에 새로 가기 시작했거나, 동생이 태어난 경우, 아빠가 출장으로 자주 부재한 경우 등 아이 관점에서 ‘불안정한 감정’이 생길 수 있는 요소들은 모두 퇴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부모가 훈련 중 실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면, 아이는 배변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피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때로는 단순한 환경 변화, 예를 들어 낯선 화장실, 변기의 위치 변경, 어두운 조명도 아이에게는 거부감을 유발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래서 퇴행이 시작됐을 때는 다시 훈련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아이의 하루 루틴, 감정 상태, 생활 환경을 한 발짝 물러서서 관찰하고 조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가 다시 기저귀를 찾거나 변기에 앉는 걸 거부하더라도, 그것을 통제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는 태도가 오히려 훈련을 다시 시작하는 데 안정적인 출발점이 된다.

 

훈련을 다시 시작할 때 부모가 꼭 기억해야 할 감정 중심 전략

퇴행 후 다시 훈련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 한 번의 거부 경험을 한 아이는 민감해져 있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부드럽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다시 훈련을 시작하자’라는 선언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 변기에 앉는 경험을 다시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인형과 함께 변기에 앉는 역할놀이, 변기 옆에 그림책을 두고 함께 읽는 시간 등 훈련 자체에 대한 부담을 낮춰주는 방법이 필요하다. 또 아이가 기저귀를 다시 찾는 경우, 이를 부끄럽게 여기게 만들거나 비교하지 않고 “괜찮아, 네 몸이 잠깐 쉬고 싶은가 봐”라고 말하며 감정을 받아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부모가 진심으로 여유를 보이면 아이도 다시 시도할 마음의 여지를 갖게 된다. 이 시기에 실수했을 때 “또 실수했네”, “왜 이럴까?” 같은 말은 금물이다. 대신 “실수해도 괜찮아. 몸이 아직 연습 중이야.”, “엄마는 네가 다시 해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같은 감정 안정형 언어로 아이의 자존감을 지켜줘야 한다. 이때 훈련 속도를 늦추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하루 1~2번만 시도하고 나머지 시간은 아이가 원하는 방식대로 기저귀를 사용하게 해도 된다. 아이가 불편해하지 않는 수준의 반복만으로도 충분히 리듬을 되찾을 수 있으며, 스스로 ‘이젠 변기가 더 편해’라고 느끼는 순간이 다시 찾아온다. 결국 퇴행 이후의 재시작은 기술적인 훈련보다 정서적 신뢰 회복을 우선으로 두는 접근이 되어야 하며, 이 믿음을 아이가 느끼는 순간 다시 한번 자립의 단계를 밟아갈 수 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야 진짜 성공이 온다.

배변 훈련은 단지 기저귀를 떼는 기술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몸과 감정을 주체적으로 다루는 경험이다. 그래서 퇴행이라는 과정 역시 아이가 ‘내 리듬대로 가고 싶다’라는 신호일 수 있다. 부모가 이 신호를 민감하게 읽고, 비교하지 않으며, 지금, 이 아이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가는 태도를 가질 때 훈련은 다시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배변 자립은 어떤 아이에겐 3주면 끝날 수도 있고, 다른 아이에겐 6개월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아이가 ‘실수해도 괜찮아’, ‘나는 할 수 있어’라는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자존감과 자율성을 키우는 핵심이다. 아이는 훈련을 통해 몸을 조절하는 방법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어떻게 기다려주고 지지해 주는지를 몸으로 배우며 정서적으로도 함께 자라난다. 그러니 퇴행은 걱정해야 할 실수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 과정 중 한 번의 숨 고르기일 뿐이다. 조금 늦더라도 아이의 속도에 맞춰주는 부모의 태도가 있다면, 기저귀를 떼는 일은 언젠가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완성될 것이다.